전쟁사, 특히 공중전의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한스 요하임 마르세이유(Hans-Joachim Marseille)라는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맹활약한 독일 JG27편대의 에이스로서, 그 유명한 황색 14번 기를 몰고 올린 전설적인 전적으로 그는 ‘아프리카의 별(Der Stern von Afrika)’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마르세이유가 몰던 황색 14번 기는 2차 세계대전 당대 최강의 전투기 중의 하나였던 메셔슈미트(Messerschmitt) Bf109 이다. 당시 이러한 전투기의 기체 설계 개념은 ‘양성 정적 안정성(Positive Static Stability)’의 확보이다. ‘양성 정적 안정성’이란 어떤 물체가 평형 상태를 잃은 후 곧바로 원상태를 회복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즉 어떤 외력이 가해졌을 때 기체의 자세가 바로 원상태로 복원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설계된 기체는 마치 물 위에 떠있는 오리(rubber duck)와 같아서 어떤 한계 이상의 과도한 움직임을 불허한다. 즉 기체가 부서지거나 조종불능이 된다. 마르세이유는 이러한 특성의 전투기를 몰고 공중전에 필요한 고난도의 기동과 전설적인 편차사격술(deflection shooting)을 함께 펼치기 위해서 기체를 자신의 몸처럼 섬세하게 다루는 조종술을 터득했다. 다시 말해서 공중전에 관한 한 일종의 득도를 한 것이다.
현대 제공전투기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F-16 전투기의 개발 이후, 전투기의 설계 원칙은 일반적으로 ‘음성 정적 안정성(negative static stability)’에 기초한다. ‘음성 정적 안정성’이란 물체가 일단 평형을 잃은 후에는 원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이는 어떤 외력이 가해졌을 때 전투기가 쉽게 안정성을 잃는 불안정한 역학구조로 되어 있다는 뜻이다.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이런 역설적인 설계의 이유는 항공기의 역동적인 공중 기동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함인데, 문제는 이렇게 구현된 항공기를 사람이 제대로 조종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등장한 기술이 ‘플라이 바이 와이어(fly-by-wire)’이다. 정확히는 ‘디지털 플라이 바이 와이어(digital fly-by-wire)’, 즉 조종사가 의도하는 기동을 실현하도록 컴퓨터가 판단하고 기체의 각 장치의 미세한 움직임이나 엔진추력을 디지털 신경망을 통해 조율하는 체계이다. 이 때 조종사의 의도는 항공기의 기동 동작으로 가시화되지만. 조종사의 동작과 직접적으로 대응되는 기체 각 장치의 동작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조종사의 의도와 전투기의 날렵한 기동이 있을 뿐, 그사이에는 어떠한 물리적 연결고리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알고리즘이 존재할 뿐이다.
마르세이유처럼 공중전 기술을 득도한 에이스에게 메셔슈미트 Bf109 전투기는, 그의 분신처럼 움직이는 신체의 연장(extension)으로서 도구(tool)이다. 물론 누구나 노력한다고 득도하는 것은 아니다. 내재된 천재성을 들춰내는 계기와 적절한 방법만이 득도에 이르는 길이다. 공중전의 신에 접하기 위해선 그에게 주어진 도구를 신체의 연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천재성을 발굴해낸 그만의 방법이 필요했다. 북아프리카 전투 초기 별 볼 일 없던 전과를 기록하던 시절, 마르세이유는 작전후 귀환하는 동료 전투기들을 상대로 남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기동술을 실험하면서 나름대로의 득도를 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건축의 신에 접하기 위해선 타고난 건축적 천재성이라는 것이 분명히 필요하다. 우리는 그러한 천재성을 가우디(Antoni Gaudi)나 에펠(Gustave Eiffel)과 같은 대가들에게서 발견한다. 교육자의 입장에서 차마 쉽게 할 수 없는 말이지만 누구나 무조건 노력한다고 그러한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건축을 자연과 일체화 하는 과정에서 가우디는 인간의 직선이 아닌, 신의 곡선을 구현하였고, 그 아름다운 디테일과 구조적 혁신성을 요즘과 같은 디지털 기술의 도움을 받지 않고 이룬 에펠은 분명 천재성을 담보로 하지 않고는 설명하기 힘든 업적을 남겼다. “인간이 창조한 것들은 모두 이미 자연이라는 위대한 책에 있던 것들이다(Anything created by human beings is already in the great book of nature).” 그의 유명한 이 경구처럼 가우디에게 건축술이라는 것은 오히려 인간이 만들어낸 도구가 아니라 자연을 구현하기 위한 일종의 인터페이스(디지털 세계의 기술용어를 빌리자면 API: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였다. 천재들에게는 이러한 절대 도구를 터득하는 불가사의한 능력이 주어졌기에, 건축설계를 배우고 가르치는 대부분의 범재들에겐 보다 냉철한 관찰과 현실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을 ‘설계교육 방법론’이라고 한다.
건축설계의 연구와 교육에서 디자인 인포매틱스 연구실의 주된 관심사는, 어떠한 주체가 새로운 도구와 접했을 때 일어나는 이벤트이다. 이 과정은 전투기라는 도구와 천재 조종사가 만나서 만들어내는 천의무봉의 경지에 오른 공중전으로 나타나듯이, 창의적인 설계자가 어떤 매체를 만나면 새로운 도구가 탄생되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것은 형태와 공간, 혹은 새로운 프로그램이다.
이착륙에서부터 공중전에 이르기까지 첨단 전투기의 ‘플라이 바이 와이어’ 시스템에 의존하는 현대전의 이름 모를 전투기 조종사가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첨단 전투기의 조종사라고 해서 마르세이유와 같은 기동술을 숙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최신 전투기들은 조종사의 감각에 반응하는 수동적인 도구라기보다는 자율성을 가지는 지능적인 기계(intelligent machine)에 가깝다. 따라서 조종사는 그 기계가 펼치는 기동에 대한 혼연 일체된 감각적 조작이 아닌, ‘이성적 개입’을 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다루는 건축기술과 프로세스는 이러한 지능적인 기계가 되어야 하고,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축은 지식 산업화되지 못하고 여전히 로우 테크(low-tech)의 노동집약적 산업이 될 수밖에 없다다는 것이다.
The Design Informatics Group (DIG) of Sungkyunkwan University is a research lab hosting students from two academic departments: Department of Architecture and Department of Convergence Eng. for Future City. DIG has conducted various inter-disciplinary research projects. Main topics include the application of information, communication, and media technology (ICM) throughout the entire domain of architectural design. Its research and education activities encompass both architectural (Design Computation) and urban domains (Urban Informatics).
DIG는 건축학과 및 미래도시융합공학과의 석.박사과정 연구원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또한 건축학과의 학부연구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연구실 참여에 대한 문의 및 상담은 항상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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